행복해지고 싶으시죠? “Are you happy now?”(당신은 지금 행복하십니까?) 며칠 전, 인터넷 검색을 하다 뭘 잘못 눌렀는지 갑자기 이런 영어 문구가 나타났습니다.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면 그건 뚱뚱하기 때문이며, 이 다이어트 프로그램은 누구든 5킬로그램 이상 감량하게 해서 행복을 되찾아줍니다.’이었습니다. 참 어이없지 않습니까? 뚱뚱하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니요? 제가 이렇게 흥분하는 건 얼마 전에 본 <행복해지는 법>이라는 TV 프로그램 때문입니다. 그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40% 이상은 돈이 행복의 제일 조건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그러나 수입이 월 4백만 원 정도가 될 때까지는 행복지수가 높아지지만, 그 이상이 되면 오히려 낮아진답니다. 돈을 벌기 위해 희생해야 할 가족, 친구들과의 인간관계 때문입니다. 돈이 계속해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거죠. 결혼도 처음 2년간은 행복지수가 급상승하지만, 시간이 가면 행복감에 익숙해지면서 전과 같아진답니다. 한 마디로 ‘행복에는 유효기간이 있다.’입니다. 아, 정녕 세상엔 영원한 행복은 없는 걸까요? 저는 있다고 믿습니다. 남에게 행복해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행복하기 원한다면 말입니다. 매일 느끼는 작은 기쁨이 모이고 쌓여 진정한 행복이 된다는 걸 깨닫기만 하면 말입니다. “Are you happy now?” 이 물음에 저는 망설이지 않고 “Yes!”라고 대답할 수 있습니다. 뚱뚱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저만의 ‘소소한 행복의 조건’ 때문입니다. 첫째는 아침에 눈 뜨자마자 마시는 밀크커피입니다. 뜨겁게 데운 우유 한 컵에 가루커피 2스푼을 넣어 마시면 단번에 온몸이 따뜻해지고 잠이 번쩍 깨면서 활동모드로 전환됩니다. 달콤한 밀크커피로 아침을 여는 습관은 20대에 산에 다니면서 생겼으니 벌써 30년도 넘었네요. 야영하느라 춥게 자고 난 새벽, 가루우유 듬뿍 넣은 뜨거운 밀크커피 한 잔은 꽁꽁 언 몸을 녹여주는 구세주이자 천사였습니다. 둘째는 저녁에 일기 쓰면서 마시는 와인 한 잔입니다. 와인이 혈액순환에 좋다는 의사의 권고로 시작했는데, 취침 전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고 한 잔 마시면 몸과 마음의 긴장이 쫙 풀리면서 오늘 하루도 잘 마무리하고 있다는 충만함이 몰려옵니다. 세 번째는 시 읽기입니다. 저는 말이 빠르기 때문에 발음을 정확히 해야 한다는 결심으로 여고시절부터 지금까지 매일 아침 시를 큰소리로 또박또박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절로 외워진 시도 많아지고 그 덕에 제 글속에 아름다운 시어가 자주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이 TV 프로그램은 ‘행복이란 매일의 작은 행복, 즉 내 손안에 있는 작은 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말대로라면 저는 잘 살고 있는 거 아닙니까? 밀크커피 한잔, 와인 한잔, 그리고 시 한 편이라는 ‘작은 새들’이 있으니 말입니다. 여러분도 손을 한 번 펴 보세요. 어쩌면 그 손안에 이미 작은 새 몇 마리가 살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한비야 비아 / UN자문위원, 이대 초빙교수 (이 글은 꾸르실료 카페에서 옮겨온 것입니다. http://cafe.daum.net/cursill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