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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


하늘에서 내려온 생명의 빵
    
    몇 년마다 한 번씩 받는 건강검진 결과를 받아보았습니다. 
    예상한대로 몇 가지 지적사항이 있었습니다. 
    체지방 증가, 지방간과 내장비만…. 늘 입으로만 부지런을 떨었지, 
    몸은 도통 움직이려 하지 않았던 게으름의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균형 잡힌 식단조절과 꾸준한 운동, 
    부지런한 생활태도가 요구된다는 소견이었습니다. 이런 요구사항을 바라보면서 
    문득 하루도 거르지 않고 새벽 미사에 나오는 신자 어르신들이 생각났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 즉 몇 가지 성사생활 중에서 이 성체성사만큼, 
    평소의 꾸준함을 요구하는 것이 또 있을까요?
    그저 꾸준한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이 건강의 비결이듯이, 우리의 신앙생활 역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부침(浮沈)없이 참례하는 성체성사(미사)야 말로 
    지방간이 끼지 않는 건강함을 유지하는 비결이라는 작은 깨달음이었습니다.
    
    교회에서 행해지는 성체성사는 그다지 어려운 얘기가 아닌, 
    보통 ‘먹는 것의 법칙’, ‘밥의 원리’로 설명이 가능합니다.
    
    그중 식사의 중요한 의미 중 하나가 ‘친교(일치)’입니다.
    식사란 것은 원래가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이와 함께 식사를 합니다. 
    그러면서 또 아무하고나 함부로 하지 않는 것이 우리들의 버릇입니다. 
    식사만큼은 어느 정도 자기와 수준이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먹습니다. 
    평소 친하지 않은 거북한 사람과의 식사는 생각만 해도 부담스럽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나와 기꺼이 식사를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바로 나의 친교의 폭을 의미합니다. 
    내가 열 사람하고 식사할 수 있다면 나의 친교의 폭은 열 만큼인 것이고, 
    내가 모든 사람과 식사할 수 있다면 나의 친교의 폭은 ‘모두’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들의 식사 친교의 폭이 보통 ‘유유상종, 끼리끼리’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상류층은 상류층끼리, 하류층은 하류층끼리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질의 음식을 먹습니다. 장소와 메뉴를 달리해서 
    먹는 이것 때문에 서로가 하나되지 못하고 갈등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우리의 성체성사는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그것도 보통 음식이 아닌 
    예수님의 몸(성체)이라는, 똑같은 밥을 함께 먹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사회집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단히 아름답고 중요한 의미입니다.
    
    또 음식을 먹는다는 것은, 그 음식을 내 몸 안에 담는 것이고, 
    내 몸 안에 담은 그 음식의 성질을 내가 점점 닮아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먹는 그 음식의 기운에 따라 나도 그것을 닮아가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주님의 몸을 먹는 우리는 주님을 내 안에 ‘담아서’, 
    점차 주님을 ‘닮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성체를 내 안에 ‘담는’ 나는 지금 얼마만큼 예수님을 ‘닮아’ 있을까요?
    
    
    서울대교구
    이명찬 토마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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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4-06-22

조회수5,3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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