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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람 알라이 쿰!


살람 알라이 쿰!
    “살람 알라이 쿰!” 
    ‘평화가 당신과 함께’라는 의미의 무슬림 이전 시대 아랍어 인사입니다. 
    지금은 “앗”을 첨가해 “앗살람 알라이 쿰”이라고 합니다. 
    ‘알라가 주는 평화가 당신과 함께’라는 뜻입니다. 
    무슬림의 인사로 글을 시작한 이유는 ‘우리에게 무슬림은 오늘날 어떤 종교로 
    이해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고 싶어서입니다. 또 우리 사회에서 여러 종교들이 
    어떤 모습으로 각인돼 있는가를 생각해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예루살렘을 떠나지 말고, 
    나에게서 들은 대로 약속하신 분을 기다려라”고 명령하십니다. 그리고 
    “그때와 그 시기는 아버지께서 당신의 권한으로 정하셨으니 너희는 알 바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며 제자들이 지니고 있던 허황된 꿈을 철저히 파괴하십니다. 
    
    당시 유다인들에게 예루살렘은 어떤 기억의 장소였을까요? 
    ‘성전’이라는 건물과 율법의 가르침이 존재하고 거룩한 성직자들을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받고 하느님 현존을 느끼는 곳이었지만 
    사도들에게는 어떤 기억이 남아있는 곳이었을까요? 
    기쁨, 영광, 행복의 장소가 아니라 괴로움과 배반의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처참하게 돌아가신 스승님에 대한 기억으로 마음 쓰라린 곳입니다. 
    그런 장소에서 예수님은 제자들과 만남을 요구하십니다. 부활하신 후 주님은 
    철저하게 무너지고 가장 수치스러운 괴로움의 장소에서 제자들을 만나셨습니다. 
    이는 오늘날의 교회인 우리에게도 해당한다고 생각합니다. 
    
    십자군 전쟁(1095~1291)은 무슬림에게 흑사병이나 흉년과 같은 대재앙이었습니다. 
    프랑스 주교이자 작가인 기욤 드 티레와 연대기 작가 캉의 라울은 
    「십자군 전쟁사」에서 마라트 안누만 전투(1098)에 대해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어떤 자에 의하면 그들은 식량 부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교도들(成人)을 솥에 넣어 삶아 먹고, 아이들은 꼬챙이에 구워 먹었다.” 
    이러한 행위는 당시 무슬림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고, 무슬림은 이를 계기로 
    가톨릭에 대한 철저한 보복을 결심합니다. 이후 시아파가 시리아의 군주 
    ‘누르 알 딘’의 장군인 ‘사라흐 알딘’(살라딘)을 협조자로 맞아들여 예루살렘을 
    가톨릭으로부터 회복하게 됩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을 기초로 성 요한 바오로 2세는 2000년 3월 
    「회상과 화해 : 교회의 과거 범죄」라는 문헌을 통해 십자군 원정 당시 
    이교도 7만여 명 학살, 나치 학살에 대한 침묵, 종교 재판 그리고 선교 명분으로 
    이루어진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 등에 대해 참회하고 용서를 청했습니다. 
    새로운 탄생이 시작된 것입니다. 
    
    이러한 참회와 용서가 
    개인과 단체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독서와 
    복음은 참회와 용서를 통해 새로이 탄생할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만약 
    고정된 시각으로 자신의 정당성을 주장한다면 그 누구와 화해를 할 수 있을까요? 
    자신만의 능력과 지식을 기초로 타인과 공동체를 판단한다면 어떻게 용서와 화해를 
    하고 새로운 탄생을 할 수 있을까요? 
    
    지금 우리는 어디에서 
    예수님의 승천을 목격하고 성령께서 오시는 것을 기다리고 있습니까? 
    성령을 통해 어떠한 열매를 맺길 원하시나요? 
    어떠한 영광을 위해 모여서 기도하고 있는가요? 
    혹시 영광의 장소인 로마에서 성령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요?
    
    “예수 천국! 불신 지옥!” 
    “띵동 띵동, 예수님 믿으세요!” 
    “상생의 가르침, 상생의 세상”
    
    이렇게 여러 종교가 나름대로 간단한 수식어를 갖추고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우리 가톨릭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세상에 나아가고 있는지요? 예수님께서 주신 
    성령의 도움을 받아서 돈, 권력, 성공이라는 마귀를 쫓아내고 있는지요. 혹시 
    힘들고 어려운 현실의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죽음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는 않은지요. 
    얼마나 자주 진실한 마음으로 “감사합니다.” “용서를 청합니다.” “부탁합니다.”라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치유하고 계시는지요? 
    
    오늘 예수님은 우리에게 멋지고 위대한 선물을 약속하셨습니다. 이제 모두가 다 
    참회와 용서를 통해 주님께서 주시는 멋진 선물을 받고 새로이 태어납시다. 
    “살람 알라이 쿰!”, “평화를 빕니다!” 
    
    
    안동교구 
    박재식 (토마스)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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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5-05-18

조회수3,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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