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

자유게시판

어느 평범한 신자의 고백


어느 평범한 신자의 고백
    “성당에 왜 다니십니까?” 갑작스러운 질문에 적잖이 당황하게 됩니다. 
    “글쎄요….” 순간 스스로 질문해봅니다.
    
     ‘내가 왜 성당에 다니지?’ 
    그런데 딱히 마음에 쏙 드는 답이 떠오르질 않습니다. 
    
    결국, 궁여지책으로 내어놓는 답이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하느님을 믿는다고 신앙고백을 하고 세례를 받을 때는 뭔가 하느님을 
    믿어야만 하는 절박한 이유가 분명히 있었는데, 서서히 시간이 흐르면서 
    그토록 절박했던 이유가 점차 사라지고, 이제는 그냥 습관처럼 으레 
    주일이면 성당에 가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빠지면 고해성사 보아야하니 그게 귀찮아서라도 일단 주일미사는 
    참례하고 볼일입니다. 그래야 한주간이 홀가분하거든요.
    
    딱히 심각한 이유가 있어서 하느님을 믿는 것이 아닙니다. 
    그래도 천주교가 제일 낫더라고요. 종교를 하나 갖기는 해야겠는데 
    다른 종교들은 영 미덥지 않아서….
    
    종교를 왜 갖느냐고요? 
    그야 뭐 일종의 보험 같은 것 아니겠어요? 일단 가입해두면 든든하잖아요. 
    가끔 선행도 하고, 희생 봉사도 하고, 나름 의미 있는 인생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니 의지가 되기도 하고요.
    
    교무금, 헌금, 각종 예물 등
    적잖은 지출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천주교가 제일 저렴한 편이니 
    그것도 나름 매력이라면 매력이겠네요.
    
    사실 살면서 이런저런 대소사를 치르게 되는데 어찌해야 할지 잘 모르거든요. 
    그런데 성당에 다니면 그게 다 해결되더라고요. 아이들 혼사도 그렇고, 
    부모님 장례도 그렇고, 따지고 보면 이만큼 괜찮은 보험도 없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다른 이웃들 대소사에 가서 도움을 주고 올 때면 나름 뿌듯한 게 
    기분이 좋더라고요. 
    
    또 살면서 제 뜻대로 되는 게 어디 있나요? 
    이런 저런 사건 사고를 당하다보면 정말 도망치고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죠. 
    그럴 때마다 붙들고 의지하면서 기도할 데가 있다는 것도 큰 위안이더라고요. 
    함께 기도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요. 그땐 정말 없는 힘도 생기더라니 까요.
    
    주님을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요? 주님이 주님이지 뭐 또 다른 게 있나요? 
    복잡하고 심오한 건 잘 몰라요. 그냥 살면서 다른 이들에게 민폐 끼치지 않고 
    서로 도우면서 성실하게 지내려고 애쓰는 것뿐이죠. 애들 아프지 않고 가족 모두 
    별 탈 없이 건강하고 화목하게 지낼 수 있기를 바랄뿐이지 다른 건 없어요. 
    뭐 다 주님이 알아서 하시겠지요. 그래서 주님 아닌가요? 
    우리야 그저 주시는 대로 받고 감사드리며 기쁘게 살면 된다고 그렇게 배웠는데 
    아닌가요?
    
    하느님의 일 좀 하라구요? 아이고, 제 일도 제대로 못 하는걸요.
    
    수원교구
    이근덕 (헨리코) 신부

0

추천하기

0

반대하기

첨부파일 다운로드

등록자별빛

등록일2015-09-14

조회수2,601

  • 페이스북 공유
  • 트위터 공유
  • 밴드 공유
  • Google+ 공유
  • 인쇄하기
 
스팸방지코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