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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을 향한 기도

영원을 향한 기도
    혜화동 신학교 교정을 걷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신장투석을 마치고 
    휠체어에 앉아 신학교 언덕을 오르는 노사제 (老司祭)를 뵈었습니다. 
    달려가 인사를 드리고 휠체어를 밀어드렸습니다. 
    그때까지 신부님을 돕던 직원에게 신부님은 
    “신부 휠체어는 신부가 미는 게 맞다.”고 하셨습니다. 
    원로 사목자들의 숙소인 지혜관으로 향하는 길은 나무가 무성했습니다. 
    “역시 나무는 느티나무야!” 하시고는 
    젊은 날 학교에 나무 심던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한창 푸른 느티나무를 보며 
    사제이자 교육자로 사셨던 당신의 좋았던 시절을 그리셨을까요. 저는 담장 곁에 
    조금 쓸쓸히 서 있는 작은 향나무가 신부님을 닮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혜화동 성당의 삼종 소리를 들으며 신부님을 지혜관 식당에 모셔 드렸습니다. 
    헤어질 무렵 신부님은 이전 공동체에서 몇 년을 함께 살던 제게 
    이름을 물으셨습니다. 
    
    위령성월의 끝자락에서 새로운 시작의 때, 
    대림 시기의 첫날을 맞은 오늘, 노사제를 생각합니다. 
    우리 인간의 존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혼신의 힘을 다해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모든 분들께 시메온과 한나를 위로하셨던 
    하느님의 은총이 허락되기를 빕니다.(루카 2,25-39 참조)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우리는 
    ‘나에게는 시간이 넉넉하다’는 생각에 현혹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내일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미래는 하느님의 영역이며 덤으로 거저 주어지는 것입니다. 
    ‘내일’은 은총이자 우리의 회개와 구원을 위한 하느님 자비의 시간입니다. 
    그러므로 ‘오늘이 바로 그날’이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너희는 스스로 조심하여, 
    방탕과 만취와 일상의 근심으로 너희 마음이 물러지는 일이 없게 하여라. 
    그리고 그날이 너희를 덫처럼 갑자기 덮치지 않게 하여라.”(루카 21,34) 
    
    인간적인 연약함을 매 순간 온몸으로 봉헌하며 하느님께 나아가는 
    노사제의 모습 속에서 조심스레 미래의 제 모습을 그려봅니다. 
    그리고는 우리 모두 함께 맞이할 ‘그날’ 을 위해 바오로 사도의 권고에 기대어 
    기도합니다. “우리의 모든 사랑을 주님께서 더욱 자라게 하시고 충만하게 하시며, 
    우리 마음에 힘을 북돋아 주시어, 우리 주 예수님께서 당신의 모든 거룩한 백성과 
    함께 다시 오실 때, 우리 모두 하느님 우리 아버지 앞에 흠 없이 거룩한 사람으로 
    나설 수 있게 되기를 빕니다.” (1테살 3,12-13 참조) 
    
    주님의 성탄과 재림 사이를 살아가는 우리 신앙인의 삶이란 기다림이요, 
    완덕으로 나아가는 과정이자, 영원을 향한 기도입니다. 
    다시 대림 시기를 시작하며 꾸준한 기도와 선행으로 하느님을 향한 우리 사랑이 
    날로 자라고 더욱 충만해질 수 있도록 하느님의 은총을 청합니다. 
    
    “너희는 앞으로 일어날 이 모든 일에서 벗어나 
    사람의 아들 앞에 설 수 있는 힘을 지니도록 늘 깨어 기도하여라.” (루카 21,36)
    
    
    서울대교구
    유환민 마르첼리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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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5-11-29

조회수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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