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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주님 공현 대축일(2017.1.8.)

이상욱 신부님의 주님 공현 대축일(2017.1.8.) 강론 말씀을 옮긴 것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새해 한 주간 잘 보내셨나요?

2017년 새해 두 번째 주일을 맞이했습니다. 이렇게 한 주 한 주가 쌓여서 52주를 꽉 채울 때까지 우리의 삶이 의미 있는 시간들로 채워지기를 소망하면서 강론을 시작할까 합니다.

 

오늘은 주님 공현 대축일입니다.

우선 먼저 공현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잘 알아야겠죠.

본래 초대 교회에서 거의 유일하게 가장 큰 축일은 부활대축일 뿐이었습니다. 다른 축일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이 없었다면 그리스도교 자체가 시작되지를 못했겠죠. 그만큼 부활은 중요합니다. 300여 년 간의 모진 박해 속에서도 이어온 이 신앙은 로마를 중심으로 소아시아, 아프리카에까지 널리 전파가 됩니다.

이렇게 그리스도교가 전파되었던 그 지역에, 당시 로마, 이집트, 아랍 등 가장 널리 성행했던 그런 말하자면 신앙이랄까요, 그것은 태양신을 숭배하는 그런 것이었습니다. 이 태양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완전하고 참된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오셨음을 알리기 위해서 로마의 태양신 숭배일, 그게 12월 25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성탄 대축일을 12월 25일로 정하게 됩니다. 당신들이 믿는 태양신과 같은, 그러나 완전한 우리 구세주, 바로 세상에 오신 분이 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 이시다면서, 태양신이 아니라 바로 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시오. 그러면서 12월 25일로 성탄 대축일을 정하게 됩니다. 그러면 예수님이 12월 25일날 태어나셨을 확률은 몇 %라구요? 365분의 1정도 되겠죠. 이거는 주민등록, 호적에 등록된 것처럼 날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의미가 중요합니다. 로마의 태양신 숭배일이 12월 25일이었다면, 이집트와 아랍 지역의 태양신 숭배일은 1월 6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날을 주님공현대축일로 정하게 되는 겁니다.

이렇게 보면 성탄대축일과 공현대축일은 그 유래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신학적인 의미로 따져볼 때는 공현의 의미가 훨씬 더 깊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공현(Epiphaneia)이라는 단어의 뜻은 ‘드러나다’, ‘나타나다’라는 뜻이 있습니다. ‘세상을 구원하러 사람이 되어 오신 하느님께서 사람들에게 나타내 보이셨다’, ‘모든 사람들에게 구세주로 나타나셨다’하는 뜻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 나타나신 예수님을 오늘 기념하면서, 또한 지금과 앞으로 내 삶에 나타나실 예수님께 희망을 걸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신앙인들의 자세라고 말할 수 있겠죠. 지금 우리 생활 속에서 나타나시는, 함께하시는 예수님을 내가 알아볼 수 없다면 그 신앙은 생명력이 없는, 형식적인 그런 신앙이 되고 맙니다. 예수님을 직접 보고 대화도 나누었고 그렇게 함께 했던 율법학자들, 바리사이파 사람들, 수많은 군중들은 그러나 구세주 예수를 알아보지를 못했습니다. 이미 내 앞에 와 계신 구세주를 나타나셨지만 알아보지를 못했던 그들, 우리 역시 내 삶에 깊이 함께하시는 예수님을 느끼고 알아보지 못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겠죠.

 

어떤 신자는 묻습니다.

“하느님은 어디에 계시는 걸까요?, 그분을 내 삶 안에서 어떻게 뵙고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요?, 매주 성당에 오기는 하지만 늘 내 마음 속에 생겨나는 그런 질문입니다.”

“도대체 그분은 어디에 계십니까?”

 

여러분도 그런 질문을 하시나요?

다함께 하시니까 아실 것 같습니다.

 

오늘 복음에 동방박사들은 그 새로 나신 왕을 찾아서 먼 여행길을 마다하지 않았죠. 낯선 땅, 안전한 집과 고향을 떠나서 많은 위험과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험난한 길을 걸어왔습니다. 때로는 편안한 집으로 돌아가고픈 그런 유혹도 있었겠죠. 믿고 따라온 하늘의 큰 별이 구름에 가려서 희미해져 있을 때 절망하고 용기도 잃었겠죠.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구세주를 만나기 위해서 가고 또 갔습니다. 그리고는 그렇게 하느님을 기다려 온 유대인들보다도 이 세 명의 이방인들이 하느님을 가장 먼저 경배하는 그런 축복된 자리를 맞이하게 되었죠.

오늘 구유 앞에 동방박사 세 사람의 상도 갖다 놓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신앙생활 역시도 하느님을 만나 뵙기 위한 긴 여행인 듯합니다. 일생을 통해서 죽기까지 계속 멈추지 않고 가야할 그런 여정이죠.

그 신앙의 여정에는 동방박사들에게 하늘의 큰 별이 길을 인도해 주었듯이 우리 각자를 인도해 주는 그런 신앙의 별과 같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신학교 때나 사제로 살아가면서 이끌어주고 함께 해 주는 동기들, 선후배 신부님들이 있습니다. 또 제가 더 어렸을 때는 제 외할아버지나 제 어머니가 제 신앙의 별이 되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제 삶을 이끌어주는 훌륭한 신앙의 교우들이 저에게 별의 역할을 해 주고 계십니다.

우리 각자에게는 나를 하느님께로 인도해 준, 인도해 주고 있는 그런 은인들이 있죠. 그런 신앙의 인도자들에게 감사드리면서 나도 역시 하느님을 찾아 헤매는 누군가에게 이런 신앙의 별이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

 

호기심 많은 어떤 꼬마가 엄마에게 질문을 했답니다.

“엄마, 하느님은 어디에 있어?”

자녀들이 그렇게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하실 것 같아요?

“그럼, 엄마랑 같이 기도하면서 하느님을 만나볼까?”

이렇게 얘기하면 바로 그 엄마는 자녀에게 신앙의 별이 되어주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네가 지금 그런 데 신경 쓸 때냐? 헛소리 그만하고 얼른 공부나 해라.”

무심코 이런 엄마의 말은 별이 아니라 헤로데 사촌쯤 되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죠.

또 직장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 어떻게 당신은 늘 그렇게 기쁜 모습으로 성실하게 일을 합니까? 당신하고 옆에 있으면 참 힘이 납니다.”

이런 얘기를 동료가 해 줄 때,

“아, 나는 든든한 빽이 있어서 그래. 나는 늘 나와 함께 하는 분이 있어서 이렇게 힘이 나.”

바로 이 분은 그 사람에게 삶에서 또 어떤 신앙에, 하느님을 모르는 사람에게 별이 되어주고 있는 그런 모습이겠죠.

“성당에 다닌다던데, 신앙이 없는 사람보다 더 하는구만.”

이러면 그 사람은 하늘의 별을 완전히 가리는 먹구름 같은 그런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거죠.

 

오늘 복음의 메시지를 우리는 잘 알아들어야 합니다.

‘하느님을 믿고 기다려온 그 유다인들보다 먼 고장에서 온 이방인들이 먼저 아기 예수님을 경배했다’ 하는 것은 무슨 뜻일까요?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를 했습니다. 천주교 신자가 400만 명이 조금 모자라는 숫자랍니다. 개신교 신자는 천만 명 가량 된다고 하죠.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그리스도교인이 이 땅에 1,400만 명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엄청난 숫자이죠. 그런데 우리 사회, 그리스도교인들이 어떤 역할을,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요?

지금 나라가 굉장히 어지러운데, 그 많은 사람들이 그리스도교인들이라고 말을 합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제일 많이 외치고 있는 성당과 교회의 신자들이 2,000년 전의 그 유다인들처럼 참다운 예수님을 만나지 못하고 오히려 정직하고 선한 마음으로 진리의 빛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바로 그 이방인들처럼 예수님을 진심으로 만나고 성실히 자신들의 길을 가고 있을 수도 있다는 그런 말씀이죠.

 

2017년 새해, 이 한 해 동안 내 생활 곳곳에 나타나시는 예수님을 알아보고 만나고 함께하는 기쁨을 누렸으면 좋겠습니다.

이게 바로 신앙의 길이죠.

그러려면 먼저 준비가 필요합니다. 동방박사들처럼 지금에 안주하지 않고 순례의 길을 나서야 합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앉아 있으면 얻어지는 것도 없습니다. 양을 치던 목동들처럼 욕심 없는, 성실하고 순수한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헤로데와 같이 그것이 많은 것이든 적은 것이든 지금의 것에 집착하고 욕망에 눈이 멀어 있을 땐 제대로 볼 수도 판단할 수도 없습니다.

 

새해 두 번째 주일, 우리 모두 동방박사들처럼 그리스도를 찾아 떠나는 신앙의 여정을 힘차게 시작합시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나도 신앙의 별 역할을 하는 생활이 되도록 다짐하고 기도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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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7-01-08

조회수3,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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