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4주일(2017.1.29.)-김지훈 미카엘 부제님 강론을 옮긴 것입니다.)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2년 전쯤에 신학생들이 신학교 강당에 모여서 영화 한 편을 관람한 적이 있습니다.
그 영화의 제목은 ‘꾸뻬씨의 행복여행’이라는 영화였는데요, 혹시 이 영화 보신 분 계신가요? 아니면 이게 소설책을 원작으로 해서 만든 영화라 책을 읽으신 분도 계실 것 같은데요,
이 영화의 간략한 줄거리를 말씀드리자면, 헥터(Hector)라고 하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가 있었습니다. 이 정신과 의사는 다양한 마음의 아픔을 가진 사람들을 치유해 주면서 그 사람들에게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렇게 이끌어주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헥터가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는 반면 자기 자신 안에는 그런 행복이 없다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이 헥터는 ‘진정한 의미의 행복은 과연 무엇인가?’라고 자기 자신에게 물어보면서 행복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러한 헥터의 모습을 통해서 우리들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이렇게 알려 줍니다.
저는 그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었냐면, 바로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닌 내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내 주변의 소소한 삶의 모습 안에 그리고 내가 매순간 순간 사소하게 마주 대하는 그 시간 안에 행복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죠. 다만 이러한 모습들과 시간들을 우리는 대면하지 않고 세속적인 가치들을 통해서 행복을 찾으려하기 때문에 내 주변에 있는 이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군중들에게, “행복하여라!”라고 행복을 선언하시면서 참다운 행복에 대한 가르침을 전해 주십니다.
저는 이 예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행복을 대하는 예수님의 자세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실 예수님께서 행복을 선언한 그 사람들의 처지는 행복할 수 없는 사람들입니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요. 손해를 보거나 피해를 입기 딱 좋은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언하시는데요, 저는 이 예수님의 선언을 보면서 한 가지 제 마음 안에 다가왔던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무엇이냐면, 자기가 처해 있는 이 상황에서 벗어나라고 말씀하시는 것이 아닌 오히려 그 상황을 통해서 받게 될 하느님 나라의 보상에 대해서 말씀하신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통해서 한 가지 사실을 추론해 볼 수 있는데요, 그것은 바로 지금 내가 처해 있는 이 삶의 모습은 ‘피하는 것이 아니라 마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록 내가 처해 있는 삶의 모습이 힘들고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그것들을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 이것이 바로 행복의 시작인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것이 가능할까요?
내 삶이 이처럼 고단하고 즐거움이 없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데, 어떻게 우리는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일까요?
이에 대해서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나 때문에...”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행복의 가장 근원에는 바로 예수님 자신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그 예수님을 바라보면서 나의 삶의 모습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 모습 안에 있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그 가르침을 살아나갈 수 있게 되는 그 힘을 얻게 되는 것입니다.
결국 오늘 복음 말씀을 종합해 보자면,
예수님께서 선언하신 이 행복선언은 우리들의 ‘저마다의 삶의 모습을 진정으로 바라보고 대면하라.’는 예수님의 초대임과 동시에 그 삶의 모습 안에서 하느님의 가르침을 꾸준히 실천하라는 권고인 것입니다.
한 주간을 살아가시면서 내 삶의 중심에 예수님께서 선언하신 이 행복이 무럭무럭 자라나시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이 행복을 내 주변의 이웃들에게, 특별히 이 행복이 가장 필요한 그 사람들에게 하느님의 이 행복을 전하는 사랑의 도구가 되시길 기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