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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사순 제2주일(2017.3.12.)-이상욱 요셉 신부님

(사순 제2주일: 2017.3.12.-이상욱 요셉 신부님의 강론을 옮긴 것입니다.)

 
오소서, 성령님!(새로 나게 하소서)

한 주간 잘 지내셨어요?(예)

지난 주말에는 우리나라에도 아주 큰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죠?(네~)

네. 낮에는 바람도 시원하게 느껴지는 그런 완연한 봄날씨입니다. 벌써부터 두 달 후 장미대선이 치러질 거라고들 그렇게 떠들어 댑니다. 추웠던 날씨가 풀리듯이 이제 우리 사회 전반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등 새롭고 역동적인 기운이 움터나는 그런 시대가, 계절이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난 주 복음의 주제는 유혹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미사는 매번 똑같은 것 같지만 항상 다르다고 그랬죠?(네) 미사의 주제가 그날그날 다르기 때문이죠. 지난주는 유혹이었다면, 이번 주 사순 제2주일의 주제는 무엇일까요?

금방 또 대답해주죠. 답을.

“떠나라!”입니다.

 
떠나라! 어디로 떠나야 할까?

1독서에서 주님께서는 아브라함에게, “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내가 너에게 보여줄 땅으로 가거라.”, “떠나라!”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안정되고 편안하고 또 늘 익숙한 그런 집과 고향을 떠나서 험난한 순례의 여정을 시작하라는 말씀이죠.

복음에서도 높은 산에 오르신 예수님께서는 거룩하게 변모되십니다. ‘그분의 얼굴을 해처럼 빛나고 그분의 옷은 빛처럼 하얘졌다.’(마태 17,2)

거기에 더해서 율법과 예언서를 대표하는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그런 장면이 소개되죠.

베드로는 너무나 놀랍고 이 恍惚한 장면에 매료가 됩니다.

“주님, 이곳에 눌러 앉아 살고 싶습니다. 이제 저 산 아래로 내려가지 말고 이 좋은 곳에서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청을 하죠.

예수님께서는, “일어나라. 산을 내려가자!” 그리고 어떤 길을 향해 가셨냐면, 수난과 죽음의 길, 온갖 모욕과 고통의 길을 향해서 그렇게 나아가십니다.

그 길을 통해서 부활의 기쁨과 영광, 해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 모습을 거룩한 산에서 미리 보여주시면서, ‘지금 주저앉지 말고 나아가자’고 그렇게 말씀하고 계시는 거죠.

 
아브라함이 약속의 땅으로 가기 위해서는 안전하고 편안한 고향을 떠나서 척박한 땅, 고생길을 마다하지 않고 떠나야 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그 영광의 모습, 빛나는 모습을 미리 보여주신 것은 부활이라는 것은 수난과 죽음의 십자가를 통해서 얻어진다는 것을 제자들에게 알려주고 ‘그 어려운 힘든 시간에 절망하지 말고 희망을 갖고 잘 이겨내라.’ 하는 메시지를 준 거죠.

 
이 사순시기에 우리에게도, 지금 익숙하고, 편안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에서 ‘떠나라!’고 그렇게 우리를 부르시고 또 재촉하고 계십니다.

 
요즘에 성전건축 현장 자주 가 보시나요?

어저께 저녁에 모임하고 오는데, 교육관 쪽 2층, 3층이 불이 다 환하게 밝혀져 있더라구요. 밤에도 일을 하는지. 그런데 다 유리로 되어 있어가지고 저는 무슨 백화점 지나가는 줄 알았어요.(웃음) 너무 화려한 것 같기도 하고. 교육관은 그렇지만 이쪽 성전 부분은 스테인드글라스나 이런 것이 성전의 느낌을 잘 주겠죠.

처음에 성전 조감도를 보고서 어떤 느낌들이 드셨어요?

‘보통 보던 성당과는 좀 다르네?’ 뭐 이런 느낌도 들고, ‘와 멋있다!’ 이런 생각들이 들었을 텐데, 저는 이 조감도를 보고, ‘와, 멋있다!’ 이런 저런 것보다 ‘아, 빨리 지어졌으면 좋겠다.’ 그 중간 과정은 괄호 열고 괄호 닫고, 휙 지나가고..

 
세상에 그럴 일은 없죠. 저절로 생각대로 되는 것은 없습니다.

지난 1년 여 동안 거의 매일 성전 건축 현장을 둘러봐야 했고 또 이런 저런 발생하는 문제들을 해결해야 됐죠. ‘노동자의 피 위에 세워질 원신흥동 성당’ 이 현수막이 지난 성탄부터 설 명절 거의 한 달 가까이 길에 이렇게 나부끼고 있었는데, 겉으로는 다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참 마음고생이 나름 굉장히 컸습니다.

또 지금도 이렇게 저희 교우분들이 자리가 불편한데도 미사를 열심히 나오고 계시는데, 조금만 참으시면 됩니다. 세어보니까 딱 앞으로 여기서 주일미사를 몇 번만 하면 끝이냐면, 딱 네 번만 하면...아쉽죠? 좀 더 있어야겠죠?(웃음) 자리도 비좁고 여러 가지 앞뒤 간격도 그런데, 또 그리울 거예요. 어쩌면. 자리도 편하고 그렇겠지만 그전에 좀 비좁고 이런 곳에서 미사 했던 게 그리울 것 같은 생각도 드는데, 그렇게 얼마 안 남았습니다. 한 달 후면 새 성전으로 이사를 하는데, 그런데 지금 바닥도 안 돼있고 지금 마감 인테리어나 모든 공사가 이런 저런 이유로 지연이 돼서 이거 어떻게 잘 갈 수 있을까? 그런 염려도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점점 다 공사는 마무리되어 가는데, 건축대금, 성물, 음향, 가구, 주차장 부지 공사비 등 돈 들어갈 곳이 줄을 서서 이렇게 대기하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매일 성전건축 현장을 둘러보면서 또 매주 목요일 건축회의를 하면서 하나하나 대책을 마련하고 있죠.

 
엊그저께 금요일날 하상회관에 다녀왔는데요. 여성 꾸르실료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희 본당은 요번에 참여를 못했는데, 신청을 했는데 너무 사람이 많아서 밀려가지고 하고 싶어도 못가나봐요. 그런데 강의를 한 시간 해달라고 그래서 가서 강의를 하고, 차수 지도신부님이 갈마동 신부님이 하고 있더라구요. 저보다 1년 선배신데요, “같이 차 한 잔 마시고가.” 그래서 같이 차 한 잔 마시면서, “갈마동은 지은 지가 꽤 돼서 많이 안정됐죠?” 그랬더니, “어, 괜찮아.” 그래서 “거기 빚도 있나요?” “한 3,4천 만원 정도는 있는 것 같은데?”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환한 미소로, 굉장히 정중하게 “형님, 그럼 돈 좀 빌려주세요.”(웃음)

“빚이 3,4천이고 돈이 없는데 어떻게 빌려주나?”

그런데 사목공제회에서 저희가 대출 받으려고 그러는데, 한 본당이 빌릴 수 있는 상한이 있대요. 15억이라고. 저희는 그거보다 더 빌려야 되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나 그런데 거기 공제회담당자가 ‘지금 대출해 줄 수 있는 돈이 많은데, 그런 규정이 있으니까, 다른 본당 이름으로 빌리면 된다고 이런 걸 친절하게 알려주더라구요.(웃음) 다른 본당 이름으로 빌려서 이자하고 원금을 우리가 다 갚으면 되니까 그런 얘기를 하면서 우리 성당에 신자들도 많고 걱정하기 말고 이름 좀 빌려달라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커피를 그담부터 안 마시더라구요.(웃음). “염려하지 말고 좀 빌려 주세요.” 그랬더니 이름 좀 빌려달라고 그랬더니 “나 혼자 결정 못하니까 사목회랑 상의해 보겠다”고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저는 대책이 없는 게 아니라 거긴 또 제 선배지만 진잠 성당 등 후배들이 있는 본당에 다 얘기는 해놨어요. 대책은 이렇게 다 세워놓기는 했죠.

 
성전건축을 이렇게 하면서 걱정이 많을까요? 적을까요? (많아요~)

네. 걱정이 많으면 살도 좀 빠지고 그래야 되는데, 요새 살이 더 찌고 있어요.(웃음). 그래서 제가 알았어요. ‘아. 이렇게 걱정이 많은 사람들이 살이 찌는구나.’ 좀 마른 사람들이 걱정 없는 분들이고 살찐 분들이 걱정이 많으시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본당신부로서 본당에서의 역할은 어떤건가?

제가 이런 저런 해야 될 일들이 있지만, 우리 교우 분들에게는 적어도 이런 돈 걱정보다는 더 기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그런 공동체 분위기를 만드는 게 본당신부의 임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생도 다 때가 있는 것이죠. 성전은 어느 시간이 되면 다 완성이 될 겁니다. 그래도 모두가 ‘와! 정말 멋있게 아름답게 잘 지어졌구나!’

‘다볼산에서 예수님께서 거룩한 변모와는 비교될 것도 아니겠지만, 그래도 대전교구에서 손 꼽히는 그런 아름다운 성전이 잘 지어졌구나!’하는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그동안의 그런 수고로움, 고생, 걱정 이런 것들은 다 이렇게 씻겨져 내려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베드로는 마치 성전 조감도를 보고서, “여기서 눌러 앉읍시다.” 이런 말을 한 것이죠

흘려야 할 땀, 노력, 걱정, 수고로움이 채워져야 실제 성전이 세워지듯이, 예수님이 가셔야 할 그 수난과 죽음의 그런 고통의 십자가의 길을 베드로는 아직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저 영광스러운 그 모습만 보고 있었던 거죠.

사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우리는 부활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부활의 기쁨이란 어떤 것일까요? 그냥 40일간 시간을 보내고 나면 찾아오는 매년 치르는 생일잔치와 같은 것일까?
부활은 새로운 삶, 변화된 삶의 축제입니다. 사순 시기는 그냥 익숙한, 편안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절제와 노력, 기도와 희생, 가진 것을 나누는 자선과 이웃 사랑의 실천을 통해서 더 아름다운 모습의 나로, 더 성숙하고 믿음이 굳건한 모습의 나로, 예수님의 거룩한 변모처럼 그렇게 변화되기 위한 자기 수련의 시기, 정화의 시기입니다.

농부는 가을의 황금 들녘을 떠올리면서 한여름, 비오는 듯한 땀방울을 마다하지 않고 매일 매일 집을 나섭니다.
떠나라!.
안주하고 싶고, 지금 익숙한 곳에 머물고 싶고 편안하고, 그런 것을 지금의 나의 모습에서 우리는 떠나야 합니다. 순례의 여정을 시작하라고 오늘 복음은 말씀하시죠.
“주님, 저희가 여기에서 지내면 좋겠습니다.”
베드로의 이 말에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가자!” 하십니다.

우리도 지금의 내 모습에서 일어나 가야될 모습, 그 길이 힘이 들더라도 가치가 있는 그런 여정이기에 부활을 준비하면서 우리도 떠나는 이 사순시기를 보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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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별빛

등록일2017-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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