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 3명 중 1명만 “교회 생명 가르침 따라야”
주교회의 한국가톨릭사목연구소 ‘생명과 가정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하>
평화신문 2014. 11. 30발행 [1292호]
▨ 신앙생활
유아 세례를 ‘꼭 받아야 한다’는 의견은 48.6%로 2003년(59.3%)보다 낮아졌다. ‘자녀가 커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의견(46.7%)이 ‘꼭 받아야 한다’는 의견과 팽팽하게 맞섰다.
신자 3명 중 1명은 사회혼만으로는 혼인성사가 이뤄질 수 없음을 모르고 있었고, 절반은 사회혼만 했다. 기혼자 10명 중 6명 가량은 혼인 준비 강좌를 수강했으나 나머지 4명은 수강하지 않았다. 자녀를 위한 가정 내 신앙 교육 방법으로는 ‘주일학교 참석 독려’(44.4%)가 가장 높았다.
절반 가량의 본당에서 가정생활 관련 강의ㆍ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으며, 가장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은 강론으로 조사됐다. 가정생활 관련 강의ㆍ프로그램 마련이 미흡한 본당도 절반(47.5%)에 가까웠다. 가정 문제 발생 시 본당의 도움을 받은 경우는 16.3%로 높지 않은 편이며, 도움의 형태는 사제와의 면담(57.1%)이 가장 많았다.
본당 또는 교회 기관에서 생명이나 가정에 관한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신자는 43.9%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교육 이수자의 대다수(95.4%)는 ‘도움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교회의 생명 가르침에 대해 신자 3명 중 1명은 ‘마땅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나머지 2명 가량은 따르기 어렵다거나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생명 가르침 중에서 가장 받아들이기 어려운 항목으로는 ‘인공피임 금지’(44.9%)가 꼽혔다.
신자 10명 중 7명은 신자 가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신자 가정의 의무 사항으로는 ‘가정의 평화와 행복 추구’(72.4%)를 주로 언급했다.
▨ 제언
▲사목자 대상 심화 교육
성ㆍ사랑ㆍ생명ㆍ가정은 교회가 중점을 둬야 할 핵심 사목 주제다. 주교회의나 교구 차원에서 소수의 담당자가 이에 대한 교육과 대외 활동을 전담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효과가 미미할 뿐이다. 사목 일선의 본당 사목자들이 이 주제에 관한 신자들의 삶과 의식과 실천에 무관심하다면 그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사목자들은 이 주제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런 이해 없이 신자들과 대화할 수 없고, 가르치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므로 사목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평신도 양성과 등용
성ㆍ사랑ㆍ생명ㆍ가정과 관련해 독신 생활을 하는 사목자와 가정생활을 하는 평신도는 그 체험의 성격이나 범위가 다르다. 이 분야 가르침이 평신도의 직접적인 경험과 실천에 관한 것이라면 이 가르침을 전하는 작업에 평신도가 참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분야에 대한 신학적ㆍ철학적 공부를 해온 평신도들을 적극적으로 등용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평신도를 양성해야 한다.
▲주일학교 교리에 성ㆍ사랑ㆍ생명ㆍ가정에 관한 내용 포함
나이에 맞춰 지속적ㆍ전체적으로 통합되는 성교육, 생명 교육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규 주일학교 교리에 이 분야 내용을 적절히 배치하는 일이 필요하다. 자모나 청년들이 주일학교 교사로 참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이런 성 교육, 생명 교육을 통해 주일학교 교사들도 이 분야 교육을 심도 있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부모 양성을 위한 인간적 사랑 교육 프로그램 마련
현재 젊은이들의 성 문화가 교회가 바라보는 성의 의미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을 고려할 때 부모가 성에 대한 교회 가르침을 분명하게 이해하고 이에 대해 자녀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부모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를 통해 사랑과 부부 행위의 의미, 자연 출산 조절과 피임 등에 관한 깊이 있는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혼인과 가정 사목을 위한 신학적 연구와 교육을 담당할 기관 육성
남녀의 사랑, 혼인, 가정 등의 의미와 가치를 풍부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주제를 깊이 연구하고 교육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로마에 설립한 ‘혼인과 가정 신학 연구를 위한 대학원’이 하나의 모델이다. 이 대학원은 현재 한국 교회에 들어와 초석을 다지고 있다. 이 기관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한국 교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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