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성경필사를 하시는 분들을 종종 뵈었습니다. 우리 성당에도 여러 분이 성경 완필을 하시고 주교님 축복장을 받으셨지요. 이분들의 정성과 오랜 시간 동안의 노고를 생각하면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이 세상에 와서, 누구처럼 역사의 큰 획을 긋는 거창한 일은 물론이거니와 아주 자그마한 업적도 남기지 못하였고, 나이로 보나 뭘로 보나 앞으로도 그럴 공산이 큽니다. 심지어는 내 손으로 아무것도 남기고 가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의 육필로 성경이라도 써서 자식들에게 ‘유산’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ㅎㅎ 실제로 얼마 전, 8구역 남성구역장님 댁에 갔더니 모친께서 쓰셨다는 성경 필사본을 유산으로 간직하고 계셨는데, 이 또한 보기 좋았습니다. 오래 전부터 생각을 하여 쓰기노트까지 구입하여 몇 페이지 쓰다가 말기를 여러 번 반복하였는데, 얼마 전에 신구약 성경 완필을 하신 박태순 베드로 총회장님의 필사본을 보고는, 참으로 부러운 마음으로 ‘정말 이번에는 꼭 이루어보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세상 마음먹은 대로 되면 못 이룰 일 아무 것도 없게요? 역시 마음뿐으로 수개월이 흘러갔는데, 얼마 전, 총회장님이 저의 이런 마음을 읽으셨는지 쓰기노트 여러 권을 제게 선물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제대로 써 보기로 했습니다.(행동수정 방법 중에 만인 앞에 선포하는 게 효과가 있다지요.) 성경을 펼치니, 신약 442쪽, 구약 1,634쪽 합하여 총 2,076쪽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하루에 한 페이지씩만 써 나가면, 약 5년 7개월이 걸리는 일입니다.(총회장님은 3년 걸리셨다던데..) 그러나, 매일 꾸준히 한 페이지씩 쓴다는 일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 페이지 쓰는데 저는 약 40분 정도 걸리더군요. 직장에서는 엄두도 못 내고 저녁에 집에 와서 써야 하는데, 모임 있는 날, 야간 강의하는 날, 술 마시는 날, 멀리 출장 가는 날, 주말에 놀러 가는 날, 가족 행사 등 이런저런 날을 빼고 나면 어느 천년에 완필을 하게 될지 그저 암담하기만 할 뿐입니다. 쓰다보니 이런저런 유혹도 많이 생기네요. '이럴 시간에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 내가 지금 한가롭게 뭔 짓을 하고 있는겨!' '나중에 진짜 시간 날 때 써 볼까?' 등등.. 에효~~ 그래도 시작은 이렇게 거창하게 했습니다. 하루에 단 한 줄이라도 꾸준히 쓰다보면, 마치는 날이 오겠지요. 10년이든 20년이든... 죽기 전에 완필을 할 수 있다면 여한이 없겠고요.. 쓰다가 다 못 쓰고 죽으면 자식한테 할 수 없이 인계하고요.^^*